[맛집]
안양일번가 고기집
삼겹살 결정판 난리났어
글/사진 : 리스펙(respec.tistory.com)
밥먹는다는게 사실 참 어렵습니다. 집근처에는 맛집이란 존재하지 않기 마련이고, 회사 근처에서는 괜히 아는 직원 만났다가 말 길어지거나 곤란한 일이 생길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친구랑 또는 내님과 단 둘이 여유롭게 식사할 수 있는 애정식당이 필요한데, 이왕지사 메뉴가 고기라면 더할 나위 없습니다. 사실은 안양일번가가 자주 찾는 루트는 아닌데 이번에 놀러갔다가 난리난 삽결살집 한 곳을 찾았습니다.
친구말로는 안양에선 꽤 유명해서 전국으로 세를 확장하고 있다고 하는데, 값을 보나 고기 퀄리티를 보나 이만한 곳 찾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물론 친구중 한 명은 고기맛이 다소 평이한 것 같다는 의견을 더하긴 했는데 같은 돈 주고 다 나은 곳 있으면 찾아오란 이야기에는 말을 이어가지 못했습니다. 즉 어느쪽이던 안양일번가 고기집을 찾아간다면 삽겹살 맛과 가격이 결정판인 이 곳을 계속 찾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뻔한 이야기로 시작하는 것 보다는 속물처럼 돈 이야기를 먼저할까 합니다. 아무리 맛있고 근사해도 내 님이랑 둘이 방문하는 것 아니라면 신사임당 언니를 지갑에서 출타하게끔 할 수는 없습니다. 시커먼 사내들과의 한끼는 무릇 세종대왕님 선에서 마무리되야 합니다. 때문에 술을 먹던 먹지 않던 간에, 적당한 돈에 맞춰서 맛있는 집을 찾는 것이 식당을 찾는데 있어서 1순위가 아닐까 싶습니다.
| 요즘들어 주머니 사정이 넉넉치 못해 걱정이 많았는데 전반의 메뉴가 참 저렴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마지노선인 세종대왕님 네 분을 모시고 셋이 앉아 조촐하게 삼겹살을 노릇노릇 하게 굽기 위해서는 지역내에서 어느정도 검증되어야 하고, 너무 싼티나거나 없어 보여서는 안되겠습니다. 나날이 폭발하는 물가덕에 만약 삼겹살로 배를 꽉 채울순 없다면, 반찬이나 유사 고기로 만족감을 높일 수 있는 장치들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처음으로 친구를 칭찬했습니다. 안양 토박이라 그런지, 술자리는 늘상 안양일번가에 있어선지 모르겠지만 손 붙들고 찾았던 김부삼은 돈이면 돈, 맛이면 맛, 양이면 양 흠잡을 곳 없이 완벽했습니다. 그야말로 시커먼 사내들과 함께하기에는 최적의 장소가 아닐까 싶습니다.
| 오랜만에 안양사는 친구녀석을 칭찬해줬습니다.
사실 맛만 두고 보면 얼리지 않은 냉장 삼겹살이 마음에 쏙들어서, 삼겹살 결정판이라고 제목 붙이긴 했는데 추천하고 싶은 메뉴는 2인 또는 3인으로 구성된 세트 입니다. 내 님과 방문하면 오붓이 2만 2천원 내고 한 끼 해결할 수 있고, 시커먼 사내들과 셋이 앉아 우중충하게 소주잔 기울이더라도 기본 3만 3천원에 소주병당 금액만 추가하면 그만입니다. 물론 요즘 소주 한병값이 4천원이기 때문에 퇴계이황님을 더 모셔야 적당히 은은하게 취할 수 있는 정도를 만들 수 있습니다.
김부삼의 매력은 두터운 철판위호 냉장 삼겹살뿐 아니라 소시지며, 계안이며, 새우며, 떡갈비며 이런 저런 먹거리들을 다채롭게 펼쳐논다는 점입니다. 철판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았는지 세트안에는 김치찌개나 차돌된장찌개를 선택할 수 있도록 준비되었습니다. 내 님과의 만찬을 위한 2인 세트에서는 옛날도시락이 나오는데 배고픈 청춘들에게는 이보다 좋은 서브메뉴가 없을 것 같습니다.
| 얼리지 않은 냉장육을 참숯으로 맛있게 굽는답니다.
| 삼겹살을 초벌해선지 입안에 넣기 까지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았습니다.
앞 문단과 이야기가 다르다고 느낄지 모르겠습니다. 네 맞습니다. 고기맛이 입에 착착 감기다 보니 참숯 초벌로 맛을낸 삼겹살 2인분과 옛날 도시락 하나, 공기밥 하나를 추가했습니다. 고기맛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시커먼 친구들이 소주보단 씹을거리 욕심을 부리는 바람에 드라마 방영도 시작하지 않은 신사임당 님을 모셨습니다.
예상보단 지출이 있긴 했지만 배 퉁퉁 치고 나올만큼 거나하게 한 끼 식사를 마쳤고, 먹은 것과 만족한 것을 생각하면 여러모로 흡족했습니다. 처음에 너무 달린 탓에 볶음밥 까지 추가하진 못했지만 옆 테이블에서 화려하게 롤링을 시도하던 계란 옷을 걸친 볶음밥은 정성과 사랑이 듬뿍 담겨있었습니다.
| 소주에 맥주까지 셋팅하고 안주가 무르익기를 기다렸습니다.
| 쫀득쫀득한 식감과 감칠맛 나는 끝맛 덕분에 술보다는 고기로 배만 두둑히 채웠습니다.
다만 흠이 있다면 값도 싸고, 맛도 좋고, 양도 많아선지 손님이 버글버글 했다는 점입니다. 식당내 소음이 좀 있다 보니 진솔하게 내 님을 영접한다거나 검은 사내들과 모종의 모의를 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늘 부족한 쌈짓돈으로 배고픈 청춘을 보내는 분들에게는 이만한 공간을 찾기가 쉽지 않으리라 확신합니다.
개인적인 만족도만 두고보면 안양일번가 고기집으로는 원탑입니다. 물론 다른 식당을 들리지 않았기 때문도 있고, 양식이나 일식 처럼 방향을 틀면 방송에도 등장할 만큼 유명한 맛집들이 안양일번가에 득실거립니다. 하지만 김부삼 안양점이 일반가에서는 고기집으로 원탑에 오를 확률이 제법 높아보입니다.
| 테이블에서 일어섰다가 앉았다 하기 귀찮아서, 추가주문한 메뉴는 찍지 않았지만 참숯초벌삼겹살도 괜찮았습니다.
| 김부삼, 잘 먹었습니다. 또 찾아오겠습니다.
줄을 서진 않았지만 먹는 내내 빈 테이블이 없었고, 전국으로 체인점이 계속해서 늘어가고 있으며, 값은 싼대 맛은 저렴하다는 점 때문에 더 그렇습니다. 촉을 세워봐도 괜찮은 식당이 맛집으로 기억되기 위해서는 특유의 분위기나 맛, 서비스도 참 중요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가격이 저렴해야 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고 또래 보다 적지 않은 돈을 벌고 있는 상태에서도 같은 생각이기 때문에, 아마도 대부분이 어떤 메뉴를 선택할 수 있고 한끼에 얼마를 지불해야 즐길 수 있을지가 첫번째는 아니어도 두번째 내지 세번째로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이러니 저러니 백날 이야기 해봐도 직접 눈으로 보고 씹어보지 않고서는 안양일번가 김부삼의 매력을 느끼기가 어려우니 지도 한장 첨부하고 글을 마무리 짓습니다. 단언컨대 만족하실겁니다.